이미지 영역
게시판 본문 영역
최근 울산지역 의료계와 문화계가 동시에 '사건'으로 기록할 만한 일이 하나 벌어졌다. 갤러리에다 소극장까지 갖춘 초대형 치과의 탄생이다. 울산 동구에 이어 남구에 본점으로 최근 개원한 'CK 치과병원'(대표원장 채종성ㆍ49)이 그 주인공. 지역 치의료계는 잔뜩 긴장하며 시샘하는 표정이지만, 문화계는 반가워 하고 있다. 지하 1층, 지상 14층(연건평 6,600㎡) 규모의 건물 전체가 병원시설로 업계에선 단일 치과로는 국내에서몇 손가락에 들 정도라는 얘기가 회자된다. 진료실을 기본으로 수술실, 입원실, 기공소를 갖추고 치위생사를 비롯해 치기공사, 방사선사 등이 함께 근무하며 치의료 분야에 관한한 거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특히 일반 치과의원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안면(턱) 성형, 언청이 및 기형구강 개선, 구강암 수술 등도 가능하다.이 같은 진료를 위해 성형외과, 구강내과, 마취과 등 시술을 펼치는 전문의가 12명에 달하는 데다 상근 종사원이 100명을 넘어 가히 치의료계의 '공룡'이라 할만 하다. 하지만 이 병원이 남달리 주목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전체 병원 건물 가운데 전망이 빼어난 3개 층(12, 13, 14층)을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할애했기 때문이다. 12층 갤러리(132㎡)에는 개원기념으로 다음달 8일까지 지역 기성작가 145명이 그림, 조각, 서예, 공예 등 4개 분야에 걸쳐 참가한 '울산미술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13층 소극장(총 188석)은 어느 각도에서나 무대가 잘 보이도록 객석을 계단식으로 배치해 연극과 챔버오케스트라 연주, 독주회 등 다양한 공연과 와이드 스크린를 통한 DVD 영화감상회, '해설이 있는 정기 음악감상회' 등도 가능하다. 하늘공원으로 꾸며진 14층은 도심 스카이라인을 감상할 수 있는 산뜻한 휴식공간이다. 갤러리는 무료, 소극장은 최소한의 실비만 받고 지역 예술계에 제공한다.이들 3개 층을 문화공간으로 꾸미는데 음향, 조명 등 장비 값만 3억원 넘게 들어갔다. 건축비까지 합하면 최소 10억원이상을 시민과의 소통을 위해 투자한 것이다. 소극장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 원장이 서울 대학로 등으로 직접 발품까지 팔았다. 채 대표원장은 "얼마 전 병원을 찾은 어떤 환자가 갤러리와 소극장을 둘러보더니 '이런 생각을 가진 치과라면 믿고 (치료를) 맡길 수 있겠어'라고 혼잣말을 하더군요. 사실 저는 문화에 대해 제가 쓴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돌려 받고 있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채 대표원장은 앞서 2002년 대구의 미르치과 병원장을 맡으면서 처음 아트센터를 만들었으며, 현 병원을 모태인 CK병원 동구점(2006년 개원)도 전체 4개 층 가운데 1개 층을 문화공간으로 할애했다. 또 매년 적잖은 돈을 들여 미술대회 등 문화행사를 마련하는 등 문화공간을 '들러리'시설로 놀리지 않고 있다. 미술대회에 입상한 꿈나무들을 모아 4년마다 한번씩 유럽 문화여행을 시키겠다는 계획도 남다른 발상이다. 병원 명칭인 'CK'에는 Culture(문화), Clean(청결), Creative(창의), Customer(고객), Credit(신뢰)의 King(왕)이란 뜻이 담겨있다. 채 원장은 내심 'Culture'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 같았다. 채 대표원장은 "대부분 사람들은 치료에 대한 두려움으로 치과를 '다시 찾기 싫은 시설'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를 수요자 입장에서 발상을 전환해 시민들에게는 언제나 잠시 들르고 싶은 문화공간으로, 종사자들에게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일터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