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일보> 문화공간 돋보이는 병원 새 풍경
  • 2009-07-27 14:07:00 조회4223회
  • 최근 울산지역 의료계와 문화계가 동시에 '사건'으로 기록할 만한 일이 하나 벌어졌다. 갤러리에다 소극장까지 갖춘 초대형 치과의 탄생이다. 울산 동구에 이어 남구에 본점으로 최근 개원한 'CK 치과병원'(대표원장 채종성ㆍ49)이 그 주인공. 지역 치의료계는 잔뜩 긴장하며 시샘하는 표정이지만, 문화계는 반가워 하고 있다. 지하 1층, 지상 14층(연건평 6,600㎡) 규모의 건물 전체가 병원시설로 업계에선 단일 치과로는 국내에서몇 손가락에 들 정도라는 얘기가 회자된다. 진료실을 기본으로 수술실, 입원실, 기공소를 갖추고 치위생사를 비롯해 치기공사, 방사선사 등이 함께 근무하며 치의료 분야에 관한한 거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특히 일반 치과의원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안면(턱) 성형, 언청이 및 기형구강 개선, 구강암 수술 등도 가능하다.이 같은 진료를 위해 성형외과, 구강내과, 마취과 등 시술을 펼치는 전문의가 12명에 달하는 데다 상근 종사원이 100명을 넘어 가히 치의료계의 '공룡'이라 할만 하다. 하지만 이 병원이 남달리 주목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전체 병원 건물 가운데 전망이 빼어난 3개 층(12, 13, 14층)을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할애했기 때문이다. 12층 갤러리(132㎡)에는 개원기념으로 다음달 8일까지 지역 기성작가 145명이 그림, 조각, 서예, 공예 등 4개 분야에 걸쳐 참가한 '울산미술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13층 소극장(총 188석)은 어느 각도에서나 무대가 잘 보이도록 객석을 계단식으로 배치해 연극과 챔버오케스트라 연주, 독주회 등 다양한 공연과 와이드 스크린를 통한 DVD 영화감상회, '해설이 있는 정기 음악감상회' 등도 가능하다. 하늘공원으로 꾸며진 14층은 도심 스카이라인을 감상할 수 있는 산뜻한 휴식공간이다. 갤러리는 무료, 소극장은 최소한의 실비만 받고 지역 예술계에 제공한다.이들 3개 층을 문화공간으로 꾸미는데 음향, 조명 등 장비 값만 3억원 넘게 들어갔다. 건축비까지 합하면 최소 10억원이상을 시민과의 소통을 위해 투자한 것이다. 소극장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 원장이 서울 대학로 등으로 직접 발품까지 팔았다. 채 대표원장은 "얼마 전 병원을 찾은 어떤 환자가 갤러리와 소극장을 둘러보더니 '이런 생각을 가진 치과라면 믿고 (치료를) 맡길 수 있겠어'라고 혼잣말을 하더군요. 사실 저는 문화에 대해 제가 쓴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돌려 받고 있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채 대표원장은 앞서 2002년 대구의 미르치과 병원장을 맡으면서 처음 아트센터를 만들었으며, 현 병원을 모태인 CK병원 동구점(2006년 개원)도 전체 4개 층 가운데 1개 층을 문화공간으로 할애했다. 또 매년 적잖은 돈을 들여 미술대회 등 문화행사를 마련하는 등 문화공간을 '들러리'시설로 놀리지 않고 있다. 미술대회에 입상한 꿈나무들을 모아 4년마다 한번씩 유럽 문화여행을 시키겠다는 계획도 남다른 발상이다. 병원 명칭인 'CK'에는 Culture(문화), Clean(청결), Creative(창의), Customer(고객), Credit(신뢰)의 King(왕)이란 뜻이 담겨있다. 채 원장은 내심 'Culture'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 같았다. 채 대표원장은 "대부분 사람들은 치료에 대한 두려움으로 치과를 '다시 찾기 싫은 시설'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를 수요자 입장에서 발상을 전환해 시민들에게는 언제나 잠시 들르고 싶은 문화공간으로, 종사자들에게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일터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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